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

민족 대명절인 추석 한가위를 일주일 여 앞둔 16일 오후. 예년 같으면 입구에서부터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겠지만, 이날은 그저 평범한 평소의 주말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단지 물량을 실어 나르는 차량들이 조금 많아 보였고 구매한 제품을 보자기에 싸서 돌아가는 사람들이 좀 더 눈에 띄었을 뿐이다.

비가 오락가락 한 우중충한 날씨와 도매시장 관리소의 강력한 불법주차단속의 의지가 맞물린 결과일 수도 있지만 예년에 비해 방문객이 확연히 적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서 2회에 걸쳐 언급했던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태생적 한계와 시민들의 소비패턴 변화,   변화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시설의 노후화 등이 맞물린 결과다.

이전 또는 현대화의 필요성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지금, 그나마 국비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었던 시설 현대화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마저도 국비의 지원이 여의치 않게 된 지금, 이제는 다시 한 번 ‘이전’이라는 카드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단순히 기존의 노후한 도매시장을 조금 더 큰 부지로 이전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매출 증대 효과로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지하철 4호선 지하화 추진과 맞물려, 한대앞역과 직선거리로 불과 20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현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 부지는 안산시 도시계획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미 십 수년 전부터 안산의 중심 역할을 해 온 중앙역세권은 남쪽의 신도시와 북측의 구도시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며, 안산역과 고잔역, 상록수역세권 역시 개발 여지가 많지 않다.

한대앞역 또한 현 상태로는 남측 신도시 지역 외 북측 이동 지역의 개발은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존재로 인해 원천 봉쇄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지난 6.13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모든 지자체 후보들은 세부 내용만 조금씩 다를 뿐 와~스타디움에서 초지역에 이르는 초지역세권 개발을 주 공약으로 내세우며 안산의 랜드마크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을 시 외곽으로 이전 할 경우, 예상되는 비용은 시설현대화사업 예산 1천300억여원의 2~3배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며, 부지 선정에 이은 토지 수용 및 정비 과정에 따라 이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한대앞역의 지하화와 이를 포함한 한대앞역세권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그 비용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직 계획단계인 지하화를 차치하고라고 안산시 중심에 인접한 농수산물도매시장 부지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시설현대화에 대한 국비 지원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현대화를 고집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전을 하게 되면 기존 부지를 활용함으로서 도시가 얻는 이득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전으로 인한 이익은 그 뿐만이 아니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이전할 경우 유력 부지로 언급되는 본오뜰과 신길동 모두 수원, 화성, 군포, 시흥 등 인근 도시와 인접한 시 외곽 지역이기에 최신식 시설로 무장한 값 싸고 질 좋은 농산물을 사기 위한 타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일 수 있다.

시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 모씨는 “인근에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있지만 아직도 많은 상인들이 질 좋은 농산물을 얻기 위해 가락동을 찾는다”면서 “신선하고 저렴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새로 만들어진다면 상인들의 수고도 훨씬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간 안산시는 당장 눈에 보이는 많은 이전비용에 이전의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안산의 앞으로의 30년을 바라보는 수장이라면, 보다 멀리 내다 보는 혜안을 가지고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이전’이라는 이슈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 결단에 따라 한대앞역세권이 안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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