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A(23)양.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여대생과 다를 바 없는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녀이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라디오에서 혹은 TV에서 세월호 관련 이야기가 부쩍 잦아진 요즘, 매스컴을 멀리한다.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B(23)군. 영화를 좋아해 화제의 개봉영화는 빠지지 않고 챙겨보는 그이지만,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 ‘생일’은 포스터조차 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어느 덧 벚꽃이 만발했다. 안산에서는 노란색 행렬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계절이 온 것이다. 16일, 화랑유원지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기억식 행사가 펼쳐진다.

정부의 고위 공직자와 세월호 유가족 등이 참석하는 기억식의 주된 취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희생된 영혼들을 추모하기 위함이다. 어쩔 수 없다. 그 행사는 열릴 수 밖에 없고, 앞으로도 매년 열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모두가 숙연해지는 추모의 분위기 속에서, 그저 숙연하기만 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그들은 엄연한 세월호 참사로 인한 부상자이며 피해자이지만 죄인 아닌 죄인처럼 숨어지내는 것도 모자라 매년 반복되는 트라우마와 함께 싸워야 하는 처지다.

세월호 추모공원을 둘러싼 정치권과 분열된 안산시민들의 공방, 유가족에 대한 사회의 이중적인 잣대, 자신들을 동정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초리.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생존자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정신적인 트라우마와 싸우며 또 한번 어렵사리 4월을 넘긴다.

안산은 대체 어떤 시선으로 세월호를 대해야 하는지,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인들이 그들의 유불리에 의해 좌우되어야 할 문제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가슴에 대못이 박힌 채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들도 삶의 과정에서 웃음 짓기도 하고 삶의 어려움에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이제는 그들도 유가족이 아닌 한 명의 안산시민으로 봐 주어야 할 때가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청년으로 성장한 생존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추모분위기 조성, 세월호 침몰 당시의 상황에 대한 부질없는 디테일의 재구성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그들을 하나의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대하고 언론과 정치권이 세월호를 대하는 자세 역시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기자의 낮은 식견으로, 어떻게 미래지향적이어야 할지 선뜻 생각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이 스스로 나서서 세월호에 대해 덤덤히 이야기할 수 있을 그 때까지 우리는 제3자로서의 경거망동은 자제해야 할 것 이다. 아직 그 때는 오지 않았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